제멋대로 게임 리뷰2008. 12. 29. 12:29


제목 : SPORE
 개발사 : Maxis
 퍼블리셔 : Electronic Arts
 장르 : 시뮬레이션

          도시 경영 게임인 SimCity로 유져들에게 익숙한 Maxis는 인생 경영 시뮬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아이템 Sims로 많은 성공을 거뒀다. SimCity로 도시의 시장이 되고 싶었던 남성유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면, Sims는 다채로운 가구와 여성취향에 딱 맞는 악세서리등을 이용해 여성유져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Maxis는 인류 문명이 아닌, 새로운 컨샙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세포부터 우주까지. 처음 이 게임을 듣는 순간, 그 거대한 컨샙 앞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세포부터 우주까지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생물, 탈것, 건물등을 유져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많은 유져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본 게임 발매에 앞서, 크리쳐 제작기를 발표함으로써 유져들의 기대심리는 더욱 더 증폭되었는데, 어째서인지 본 게임 발매 후 생각보다 유져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SPORE란 어떤 게임인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 천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

          SPORE를 처음 키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컨텐츠의 방대함도, 컨샙의 참신함도 아닌 색감이었다. SimCity나 Sims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원색의 느낌이 살아있는 색감은 유져들의 시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게임들이 화려한 그래픽과 실제에 가까운 물리엔진을 추구한다고 한다면, SPORE는 동화같은 색감과 캐릭터들로 유져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게임이다. 최근 게임업계에 불고있는 그래픽 지상주의에 일침을 가하는 듯한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런 그래픽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나간다고 하는 점이 이 게임을 빛나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기존 Maxis의 SimCity나 Sims가 기존에 있는 컨탠츠들로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나가는 게임이라고 본다면, SPORE는 이미 만들어져있는 공간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집어넣는 반대개념에 속하는 게임이다. 특히 세포부터 시작해 점점 커가는 자신의 캐릭터를 손보는 느낌은, 다른 이미 만들어져있는 캐릭터를 사용하는 게임과 다르게,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쏟거나 감정이입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이 이 게임의 큰 특징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시스템이 양날의 검이 되어 자신의 목을 조여올 것이라고는 개발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크리쳐 생성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본 게임내의 크리쳐들의 활동은 더 많은 파츠를 얻기위한 노가다가 되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세포부터 우주까지 5번의 게임을 즐겨본 결과, 순간적으로 내가 우주에 나가고 싶어서 이 게임을 하는건지, 아니면 크리쳐를 만들기위해 파츠를 모으기위해서 이 게임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결국 본게임내에서의 행동은 지루하기 짝이없는 노가다성 플레이가 되어버렸다는데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다.

* 전쟁? 난 이런 전쟁 반댈세....간디스러움의 극치

          SPORE의 게임 시스템의 큰 틀은 두가지이다. 다른 부족/행성에 회유책을 써서  또는 엄청난 자금을 들여 자신의 시스템 밑으로 집어 넣던지, 아니면 다른 부족/행성을 공격해 자신의 영토로 합류시키는 것이 큰 게임의 흐름이다. 문제는 이 두가지 모두 "재미없다"는 게 문제다. 특히 부족시대에는 애들을 모아 다른 부족앞에서 애교를 부려주면 순식간에 설득이 되고, 문명 시대에는 10분도 채 안되는 교류시간후, 약간의 돈을 바치면 바로 해결된다.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우주시대에서는 향료를 미친듯이 옮겨서 이곳저곳 높은 값을 부르는 곳을 찾아 팔고 다닌뒤, 다른 행성에 가서 "구입하겠습니다" 한마디와 천문학적인 돈을 던져주면 이야기는 종결된다. 전쟁의 이야기를 하자면, 벌써부터 치가 떨린다. 아무런 전술/전략없이 그냥 무기를 들고 뛰쳐 나가서 부족들을 차례차례 점령해 나가면 부족시대는 약 20~30분 만에 종결이 되고, 문명시대 역시 무한적인 무기생산을 강행한뒤 행성을 한바퀴 일주하면 점령이 완료된다. 결국 전쟁과 자금력행사의 차이점은 어떤 것을 무기로 사용하느냐만이 다른것이지 결론적으로 물량전술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우주로 나가면 말이 달라진다. 유져가 조종할 수 있는 우주선은 단 한대. ( 다른 종족과 평화협정을 맺으면 딸려오는 우주선을 빌려주긴 하지만, 전쟁을 일으키기위해 평화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어불성설. 그러므로 그점은 여기서 논외로 치겠다. ) 다른 부족의 행성에 쳐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상대방은 적게는 5대에서 많게는 10몇대까지의 우주선을 끌고 나온다. 본인은 무적함대 캡틴 X일러도 아닐뿐더러, 완벽히 무장한 나X시코 역시 아니다. 일대 다수의 싸움은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역경을 딛고 하나의 행성을 차지하면 또 다른 큰 난관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행성 하나만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부족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데, 향료 장사이외에는 돈을 벌 방법이라곤 타 부족의 미션 성공 밖에 없는 이 게임에서는 절대적인 불이익이 된다. 전쟁중인 국가에서는 향료를 팔 수 없으며, 미션을 받는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 하다. 결국 우주선을 업그레이드 시킬 돈도 부족하게 되고, 이리저리 쳐들어오는 부족들의 융단폭격까지 같이 감수해야한다.
          결국 간디의 비폭력주의를 행사 할 수 밖에 없는 (게다가 가끔 전쟁이싫으면 돈을 내놓으라는 파렴치한까지 등장한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도달하게된다. 전쟁은 옵션일뿐, 그 옵션을 실행해서도 안되고, 쳐다봐서도 안되는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다.

* Maxis...A.I 만들기 귀찮았구나?

          잠깐 이야기를 돌려, 그렇다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주를 점령해 나가는 시나리오를 택해보도록 하자. 처음 가지고 있는 행성 이외에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삼기 위해서는 그 식민지의 환경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 온도 조절을 위해 메테오(온도 상승)와 블리자드(온도 하락)를 남발해야하며, 공기층 생성을 위해 습도와 대기권 만들기를 반복해야한다. 물론 이 같은 경우 하나의 행성을 차지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간단히 예를들어 메테오두개는 우주선 업그레이드비용과 맞먹는 비용이다. 행성을 안정권에 들게한뒤 기존에 투자했던 자금을 돌려받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3시간. (처음 생성된 행성의 경우 향료공급이 쥐꼬리만큼 짜다) 우주를 정복하려면 아마 SPORE만 하다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향료를 얻기위해서는 매번 그 행성에 들려야 한다는 불편함을 지니고있다. 순식간에 때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이놈의 부족들은 자기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트레이드 루트를 뚫어놔도 아무것도 하는게 없다는 점이 더욱더 유져들을 처절하게 만든다.
          A.I가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은 초반 행성이 2~3개일 경우 꾸려나가는 재미가 있을 수 있지만, 행성이 10~20개로 늘어나면 손도댈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틈만다면 긴급통신이 들어와서, "감염된 동물들 좀 죽여줘요." "해적이 쳐들어왔어요" 등등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유져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 부분은 SPORE를 만든다 만 작품이라고까지 생각하게 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단점이다.

* 우주선은 도데체 왜 만드는 것인가?

          앞서 말한 크리쳐 생성기의 부족한 부분이 여기서 또 다시 등장하게 된다. 이전 세포시대부터 문명시대까지 캐릭터/건물/탈것 생성기는 유져가 어떤 파츠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능력치가 확연히 갈린다. (물론 이 부분 역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문제는 바로 우주선이다. 우주선에 대포를 수십개씩 달아봤자, 엔진을 수십개씩 달아봤자. 아무것도 안한 기본 우주선이랑 똑같은 성능을 낸다는게 말이 되는가? 결국 우주선의 무기는 돈을 주고 사야하고, 우주선의 엔진은 불만나가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데, 개발자들이 문명까지 만들고 마감의 압박에 우주시대는 A.I설정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대충 때려넣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게 아니라면, 개발자들의 능력이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 소속감의 상실 = 흥미유발의 부재

          문명시대까지는 플레이어가 부족의 한 소속원 또는 부족의 커맨더 역할을 하기때문에, 내가 만든 캐릭터와 한께 살아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우주시대에 들어서면 어느새 행성마다 왕이 생겨있고, 플레이어는 우주선을 타고다니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게된다. 결국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소속되어있던 부족에 대한 소속감을 상실하게되고, [어째서 내가 이짓거리까지 해야되는거지?]라는 의문을 던지게 된다. 도데체 어느 나라가 왕한테 향료팔이를 시키는지 개인적으로 좀 궁굼하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컨샙을 집어넣었는지 개발자에게 묻고싶은 심정이다.

* 미완성의 끝은 용두사미...그리고 확장팩?

          제 2의 Sims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SPORE는 앞으로 나올 확장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많이 갈릴 것이다. Sims처럼 몇가지 아이템만 추가한뒤 확장팩을 발매한다면, 유져들은 어느 순간부터 SPORE라는 게임을 언인스톨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이번에 발매된 추가팩 (Creepy & Cute pack)의 내용물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파츠가 약 몇십개 늘어난 것에 불과한것은 $19.99불에 팔다니...도둑놈도 이런 도둑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게임인 것 같아 상당히 아쉬움이 남지만, 그렇기때문에 SPORE의 후속작 (확장팩이 아니다)이 기대된다.

* 평가

그래픽 B+     아기자기한 그래픽, 화려한 색감
사운드 C+     다채로운 부족들의 언어, 멋진 성우들, 배경음악은 어디로?!
게임성 B       즐거운 몬스터 만들기, 지옥같은 우주시대
유저편의 D   80년대 게임이 생각나게하는 A.I, 끝없이 펼쳐진 지옥같은 우주크기

총평 B-
Posted by 태백산 반달곰